목록 태안 파도리해수욕장 해식동굴 후기|물때 맞춰 만나는 인생샷 명소
태안 여행

태안 파도리해수욕장 해식동굴 후기|물때 맞춰 만나는 인생샷 명소

파도리 해식동굴

태안에 살면서도 파도리는 한참 미뤄뒀던 곳이다. 만리포나 몽산포처럼 이름이 크게 알려진 곳도 아니고, 소원면 남쪽 끝이라 딱히 지나가는 길에 들르게 되는 위치도 아니었다. 그런데 물때만 잘 맞추면 해식동굴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계속 마음에 걸렸다. 결국 봄과 가을 사이 어느 날, 물때표를 몇 번이고 확인한 뒤 아이를 데리고 나섰다.

파도리해수욕장, 몽돌 위로 파도가 부서지는 곳

파도리해수욕장은 소원면 끝자락, 만리포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간 곳에 있다. 처음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모래가 아니라 자잘한 몽돌과 하얗게 부서진 조개껍데기다. 발로 밟으면 사각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이게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아이도 처음엔 이게 뭔가 하고 한 움큼 쥐어 보더니, 신발 안에 자꾸 들어간다며 재밌다고 웃기도 하고, 불편하다고 투덜대면서도 계속 그 위를 걸어 다녔다.

해변 자체는 다른 태안 해수욕장들보다 아담하고 한적하다. 성수기가 아니면 사람이 많지 않아서, 아이와 여유롭게 걸어 다니기에 부담이 없다.

해식동굴로 가는 방향에서 바라본 파도리해수욕장 전경
해식동굴로 가는 방향에서 바라본 파도리해수욕장 전경

해변 한쪽에는 파라솔과 평상이 놓여 있어서, 물놀이보다는 걷고 구경하는 쪽으로 온 우리에게도 잠깐 앉아 쉬어 가기 좋았다.

해변에 놓인 파라솔과 평상
해변에 놓인 파라솔과 평상

갈매기들도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만리포처럼 사람을 따라다니며 먹이를 조르는 분위기는 아니고 각자 제 할 일을 하듯 모래 위를 거니는 느낌이었다. 아이는 갈매기 근처로 살금살금 다가가다가 날아가 버리면 아쉬워하곤 했다.

모래사장 위를 거니는 갈매기들
모래사장 위를 거니는 갈매기들

물때부터 확인하고 출발하자

파도리를 검색해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간조 때만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가보니 과장이 아니었다. 해식동굴로 가는 길목의 갯바위 지대는 물이 어느 정도 빠져야 걸어서 지나갈 수 있고, 만조가 되면 이 구간이 통째로 물에 잠긴다. 만조시간이 다가오면 해식동굴쪽에서 나오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우리는 출발 전에 ‘바다타임’에서 그날 간조 시각을 확인하고, 간조 전후 2시간 정도를 여유 있게 잡아서 움직였다. 만조·간조 시각 옆에 표시되는 조위(수위) 숫자가 낮을수록 물이 많이 빠진 상태라는 뜻인데, 이 숫자를 보고 시간을 가늠하면 훨씬 마음이 편하다. 물때를 놓치면 동굴은 고사하고 갯바위 구간에서 발이 묶일 수 있으니,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확인하고 가야 하는 부분이다.

물때와 이용 안내가 적힌 안내판
물때와 이용 안내가 적힌 안내판

날이 좋고 파도가 잔잔해 보여도 너울이 갑자기 세지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방문 전 날씨와 해상 상태도 같이 살펴보는 게 좋다. 우리가 갔던 날은 다행히 바람도 잔잔하고 파도도 크지 않아서, 아이 걸음으로도 무리 없이 갯바위 구간을 지날 수 있었다.

가는 길에 만난 작은 틈새 동굴 — 아이의 놀이터

본격적인 해식동굴쪽으로 넘어가기 직전, 해안가 뒤편 절벽에 작게 갈라진 틈새 같은 굴을 하나 발견했다. 사람 한둘 정도만 들어갈 수 있는 좁은 굴인데, 아이가 여길 보더니 신이 나서 혼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다. 안이 컴컴해서 처음엔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어둠이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큰 동굴보다 오히려 이 작은 틈새에서 아이가 제일 오래 놀았다.

해안가 절벽에 있는 작은 틈새 동굴, 아이가 들락거리며 놀았다
해안가 절벽에 있는 작은 틈새 동굴, 아이가 들락거리며 놀았다

해변 끝, 갯바위를 지나 동굴로

해변을 따라 쭉 걷다 보면 오른쪽 끝으로 소나무가 우거진 낮은 언덕과 함께 거뭇한 갯바위 지대가 나온다. 해식동굴은 이 갯바위를 넘어가야 나오는데, 멀리서 보면 그냥 평범한 바위 언덕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파도에 깎인 흔적이 뚜렷하게 보인다.

해식동굴 방향으로 이어지는 파도리해수욕장 끝자락
해식동굴 방향으로 이어지는 파도리해수욕장 끝자락

갯바위 구간에 들어서면 물이 놀랄 만큼 맑다. 바위 사이로 고인 물웅덩이인데도 바닥 무늬가 그대로 비칠 정도였다. 굴 껍데기가 다닥다닥 붙은 검은 바위와 투명한 에메랄드빛 물이 대비되어서, 걷다가 몇 번이고 멈춰서 사진을 찍게 된다.

갯바위 사이로 투명하게 비치는 바닷물
갯바위 사이로 투명하게 비치는 바닷물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바위마다 굴 껍데기가 빼곡히 붙어 있다. 여기가 발이 가장 미끄러운 구간이기도 해서, 사진을 찍더라도 서두르지 않고 발밑을 확인하며 움직이는 게 좋다.

굴 껍데기가 붙어 있는 갯바위 클로즈업
굴 껍데기가 붙어 있는 갯바위들

조금 더 지나면 갯바위가 넓게 펼쳐지는 지대가 나오는데, 물때가 잘 맞으면 이렇게 바위가 훤히 드러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넓은 지대를 가로질러야 동굴 입구 쪽으로 접근할 수 있어서, 아쿠아슈즈나 운동화는 꼭 챙겨야 한다. 슬리퍼로는 절대 못 지나간다.

넓게 드러난 갯바위 지대
넓게 드러난 갯바위 지대

흐린 날 다시 그 길을 걸었을 때 찍은 사진인데, 날씨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도 파도리의 매력 중 하나다. 맑은 날의 쨍한 파랑도 좋지만, 구름이 낮게 깔린 날은 또 다른 차분한 느낌을 준다.

흐린 날 해식동굴로 향하는 길
흐린 날 해식동굴로 향하는 길

드디어 만난 해식동굴 — 이곳이 진짜 포토스팟

갯바위들을 건너서 가다보면 이번 여행의 목적지, 해식동굴이 나온다. 오랜 세월 파도가 단단한 바위를 깎아내며 만든 굴인데, 안으로 들어가서 밖을 바라보면 왜 다들 여기서 사진을 찍는지 바로 이해가 된다. 어두운 동굴 안쪽에서 밝은 바깥 풍경이 액자처럼 딱 잘려서 보이는데, 그 프레임 안으로 바다와 하늘, 갯바위가 한 장의 사진처럼 담긴다. 종종 날씨가 좋은 주말 같은 경우는 줄 서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찍는 지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태안 파도리해수욕장과 해식동굴 — 물때 맞춰야 보이는 인생샷 스팟
연인또는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으면 인생샷을 챙겨갈 수 있다.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는데, 실제로 서보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노을 시간에 맞춰 오면 역광으로 인물 실루엣과 노을이 겹쳐서 더 극적인 사진이 나온다고 하니, 다음엔 시간을 더 늦춰서 다시 와보고 싶다. 단, 물때가 맞아떨어지는 날짜를 맞춰야 한다.

다만 동굴 자체가 만조 때는 완전히 물에 잠기는 위치라, 앞서 이야기한 물때 확인은 여기서도 예외가 없다. 사진 욕심에 시간을 너무 끌지 않고, 정해둔 시간 안에 다시 나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만조가 가까워지면 안내방송도 나오니, 방송에 귀 기울이고 늦지 않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시간을 잘 확인하자.

돌아 나오는 길에는 갈 때와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구름이 낮게 드리운 하늘 아래 검은 갯바위와 잔잔한 파도가 이어지는데, 다녀온 뒤에도 이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해식동굴을 다녀오는 길에 바라본 풍경
해식동굴을 다녀오는 길에 바라본 풍경

해변 앞 카페에서 쉬어가기

갯바위를 오가느라 다리도 아프고 해서, 주차장 근처에 있는 해변 앞 카페에 들러 잠깐 쉬었다. 상호까지 밝히긴 조심스럽지만(주차장 옆 카페는 딱 1개밖에 없다.), 통유리 창 너머로 바로 파도리 앞바다가 보이는 자리라 앉아만 있어도 좋았다. 창가에 놓인 화분들 사이로 해변이 살짝 걸쳐 보이는 구도가 마음에 들어서 사진을 한 장 남겼다.

해변 앞 카페 창가, 화분 너머로 보이는 바다
해변 앞 카페 창가, 화분 너머로 보이는 바다

테라스 자리로 나가면 시야를 가리는 것 없이 바다가 그대로 펼쳐진다. 갯바위 구간을 걷고 온 뒤라 그런지, 앉아서 바라보는 잔잔한 바다가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카페 테라스에서 바라본 파도리 앞바다
카페 테라스에서 바라본 파도리 앞바다

아이스 카페라떼와 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시켜서 마시며 풍경을 보며 쉬었다. 거창한 메뉴는 아니었지만, 동굴 탐방 뒤에 마시는 시원한 음료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카페에서 주문한 그린티라떼와 에이드
카페에서 주문한 음료들

언제 가면 좋을까

한여름 뙤약볕 아래 갯바위를 오가는 건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가 다녀온 건 봄과 가을 사이였는데, 햇볕이 따갑지 않고 걷기에도 무리가 없어서 시기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다만 계절과 무관하게 그날의 물때가 전부를 좌우하는 곳이라, 계절보다 물때를 우선으로 놓고 날짜를 잡는 게 맞는 것 같다.

아이와 갈 때 챙기면 좋은 것

  • 물때 확인은 필수. ‘바다타임(태안)‘ 등에서 방문일 간조 시각을 확인하고, 간조 전후 2시간 안에 움직이자.
  • 갯바위 구간은 굴 껍데기가 붙어 있어 미끄럽다. 아쿠아슈즈나 운동화는 꼭 챙기고, 슬리퍼는 피하자.
  • 날씨가 맑아도 너울이 갑자기 세질 수 있다니, 해상 상태도 같이 확인하고 무리해서 더 들어가지 말자.
  • 동굴 안에서 사진을 오래 찍고 싶어도, 정해둔 물때 시간은 꼭 지키자. 돌아 나오는 길도 갯바위를 다시 지나야 한다.
  • 해변 자체엔 그늘이 많지 않다. 걷다가 쉴 겸, 근처 카페를 동선에 넣어두면 좋다.

마무리

파도리는 만리포처럼 하루 종일 놀 거리가 많은 해변은 아니다. 대신 물때를 맞춰야만 볼 수 있는 해식동굴이라는, 태안에서도 흔치 않은 장면을 보여준다. 아이에게는 크고 화려한 동굴보다 오히려 작은 틈새 굴에서 놀았던 시간이 더 즐거웠던 것 같지만, 어른인 나에게는 동굴 안에서 바라본 그 액자 같은 풍경이 오래 남을 것 같다. 물때만 잘 맞춰서 간다면, 태안에서 꼭 한 번은 가볼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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